일상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샤이릴라 2018. 12. 24. 13:09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는 언제였을까?

1884년 개신교 선교사에 의해 최초 도입…'통행금지' 있던 시기에는 '올나잇' 가능했던 유일한 날

시민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상가 인근에서 크리스마스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시민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상가 인근에서 크리스마스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요다음 토요일은 세계 만국이 이날을 일 년 중에 제일가는 명절로 여기며 모든 일을 멈추고 온종일 쉰다고 하니 우리 신문도 그날은 출근 아니할 터이요. 이십팔 일에 다시 출판할 터이니 그리들 아시오." 

1897년 12월23일, 서양의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독립신문'에 실린 공고문이다. 19세기 후반 양력이 도입되면서 동지를 대신해 조선에 새롭게 등장한 연말연시 풍경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크리스마스를 언제부터 알았으며, 어떻게 보냈을까.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예수의 생일로 기념하는 이 날은, 종교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거워하는 명절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는 1884년 개신교 선교사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신정변 때 중상을 입은 명성황후 조카 민영익을 살린 선교사 겸 의사 호러스 알렌이 기념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당시에는 국내 선교사의 부인들이 서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 정도에 그쳤지만, 교회를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조선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알기 시작했다.  

1899년 '대한크리스도인회보'에는 "(크리스마스 날) 근처 여러 동네 사람들이 남녀노소 없이 구경하여 회당문이 다 상하도록 들어오는" 광경이 적혀있으며, 선교사 언더우드의 부인이 쓴 책 '상투의 나라'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왕비(명성황후)는 우리의 성대한 축제와 그 기원, 의미, 그리고 어떻게 거행하는지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크리스마스는 점차 교회를 대표하는 축일로 자리 잡았다.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등 기독교 학교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는데, 이 날이 되면 교회에서는 '성탄극'으로 대표되는 행사들이 개최됐다. 평소에 교회에 가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날은 구경꾼이 되어 교회로 모였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는 종교 행사였으나, 이후 점차 확대되면서 하나의 풍속이 됐다. 1934년 조선일보는 기사에 "조선서도 이날을 전후하여 거리에는 크리스마스의 장식이 있고 또 어린이를 중심으로 혹은 어른들 사이에 프레센트가 교환된다"며 "이는 꼭 종교적 의미로만이 아니고 취미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1932년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된 남대문(지금의 숭례문) 씰(왼쪽)과 셔우드 홀이 도안한 거북선 씰. 거북선 씰은 일본에 의해 허가되지 않았다. /사진제공=대한결핵협회
1932년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된 남대문(지금의 숭례문) 씰(왼쪽)과 셔우드 홀이 도안한 거북선 씰. 거북선 씰은 일본에 의해 허가되지 않았다. /사진제공=대한결핵협회
이즈음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도 국내에 등장했다. 1932년 12월 캐나다 선교사인 셔우드 홀이 한국인에게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만인을 항결핵운동에 참여시키고, 결핵 퇴치사업 기금을 모으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었다. 
32년부터 1940년까지 9차례에 걸쳐 씰이 발행되지만 태평양전쟁 발발 직전 셔우드 홀이 일제 총독부에 의해 스파이 누명을 쓰고 강제로 추방되며 씰 발행도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됐다. 일본은 거북선, 금강산 등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유로 씰 발행을 탄압했다.  

1930년대 중반까지 고조되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일제 총독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행사를 금지하고 일본군에 크리스마스 위문품을 보내게 했다.  

1945년 해방을 맞으며 미군정에 의해 크리스마스가 처음으로 공휴일이 됐고, 제1공화국에서도 1949년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제정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다. 1981년까지 이어졌던 독재 정권의 통행 금지가 1년 중 유일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만은 풀리면서 '올나잇'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크리스마스의 2016년 풍경은 어떻게 기억될까.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제9차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가 열린다. 뜨겁게 타오르는 색다른 '캐럴 촛불'의 풍경이 훗날 어떻게 기록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처: http://news.mt.co.kr/mtview.php?no=2016122309462092019